COLUMN · 전기·설비

한여름 전기실 40도, 그 안에서 우리가 보는 것

온도계의 숫자 하나가 정전을 막습니다. 전기 담당자가 매일 같은 자리에서 읽어 내는, 보이지 않는 신호들.

전기실 수배전반 열화상 점검

한여름의 전기실 문을 연다. 바깥은 폭염이지만, 그 안은 또 다른 여름이다. 설비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얼굴을 덮친다. 사람들이 가장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그 시각, 우리는 건물에서 가장 뜨거운 방으로 들어간다.

전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하다. 물이 새면 바닥이 젖고, 불이 나면 연기가 보인다. 그러나 전기의 이상은 대개 침묵 속에서 자라난다.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몇 개의 신호뿐이다. 평소와 다른 미세한 소리, 코끝을 스치는 옅은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온도다.

온도계의 숫자 하나가, 수천 명의 하루를 좌우한다.

한여름의 전기실에서 우리가 가장 오래 들여다보는 것은 온도다. 설비는 정직하다. 무리가 쌓이면 뜨거워지고, 뜨거움은 숫자로 먼저 말을 건다. 어제 같은 시간엔 몇 도였는지, 지난주 같은 더위엔 어땠는지. 그 숫자의 작은 오름을 읽어 내는 일이, 한밤중의 정전을 막는 일과 다르지 않다.

정전 한 번이 무엇을 멈추게 하는지, 그 안에 있어 본 사람은 안다. 멈추는 것은 불빛만이 아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 데이터센터의 서버, 병원의 한 층, 누군가의 절박한 업무. 전기가 끊기는 순간 멈추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시간’이다. 우리가 더위 속에서 숫자 하나에 매달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전기 일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화려한 무용담이 없다. 자랑할 만한 사건이 없다는 것. 그게 우리에겐 가장 큰 자부심이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여름, 아무도 정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여름. 그 평범한 여름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가장 더운 방에서 가장 차분한 눈으로 숫자를 읽는다.

오늘도 전기실의 온도계는 평소와 같다. 그 ‘평소와 같음’이, 누군가의 땀으로 지켜진 결과라는 것을 우리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다만 건물이 시원한 하루를 보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글 · 전기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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